[교양-일반]신화 Mythologie(창해ABC북 035)
by 첼시신화 : 神話, 신들의 이야기, 그 이상의 것
후추와 외출 나가서 읽었던 책. 앵글 밖에서 후추가 나를 째려보고 있다. ㅠㅠㅠ 이번 창해ABC북은 신화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분량 때문인지 아쉽게도 그리스·로마 신화 영역만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북유럽·아프리카·아시아 등의 신화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책 내용이 한정적이어서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각설하고, 신화를 가리키는 '미톨로지 mythologie'라는 말은 플라톤에 의해 처음 등장했는데, 이 어휘는 세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신화를 이야기하는 행위(발화)', 둘째는 '단편적인 신화적 전설의 총체'(이야기), 그리고 '신화 연구 및 신화학'(학문)이라는 의미이다.
본래 신화는 이름 없는 대중 사이에서 전승되던 구전 문화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인, 학자 등이 이를 각자의 의도에 따라 재구성하여 그 형태가 많이 변형되었다. 그 때문에 오늘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신화는 문학적 텍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화는 단순한 언어적 영역에만 구속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살펴보면 각종 조형 예술품 속에 신화 속 장면이 묘사된 경우가 무수히 많으며, 세월이 흐르면서 유럽 미술 속에도 신화는 깊은 흔적을 남겼다. 음악이나 무용, 무언극 등 역시 신화의 영향을 받았으며, 오늘날에는 신화를 테마로 한 발레가 다양한 형태로 공연되고 있다.
신화의 이면 :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의 발현
현대에 들어와서 쓰이는 신화는 일종의 '전설'처럼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언론 등에서 접하게 되는 '월매출 ××억 달성 신화', '밑바닥 인생에서 ○○까지 성공 신화' 등. 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인 신화가 세속적 성공을 지칭하는 어휘로 탈바꿈한 것은 다소 이질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신화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도 인간 본연의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생김새 뿐만 아니라 성정마저 인간과 닮아있다. 고통에 시달리거나 광기에 사로잡히거나 질투심을 불태우거나 분노를 참지 못하는 신들의 모습은 인간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신들이 인간보다 조금 나은 점이 있다면 약간의 신통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노화와 죽음이라는 숙명에서 벗어났다는 것 뿐이다. 신들의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은 당대 사회의 영웅을 신격화시키는 데에 한몫하기도 했다.
신화의 영속성 :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고대 사회에서 종교, 철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두루 자양분이 되어준 신화. 때로는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기도 하고, 명문가의 시조나 시민 사회의 지도자들의 혈통(...)을 보증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이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패권을 공고히 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플라톤은 이 때문에 신화의 허구성을 경계했으며, 그가 그리는 철학적·정치적으로 이상적인 국가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여겼다.
오늘날에는 그 영향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신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들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꿈이 개인적 무의식의 반영이듯, 신화란 집단적 무의식이 투영된 것이라고 간주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그 개념을 끌어왔다. '어린아이가 무의식적으로 이성의 부모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과 성적 욕망, 동성의 부모에게 느끼는 적대감'을 의미(E.루디네스코와 M.플롱)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그 인물의 이름 자체가 이제는 콤플렉스와 동일시되고 있다.
학자들은 신화를 사회 분석의 논리적 도구로 이용하기도 하고(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인간관계에 있어서 과도함과 무절제의 위험을 경고하는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으며(클레망스 람누), 정치적·혈연적·성적 탈선 행위의 예시로 보기도 했다(T.S. 터너). 신화란 인간의 삶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탐구하게 만든다. 신화가 지금까지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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